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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에 시공간을 건너뛰며 이어지는 편지 형식의 서사와 따뜻하고 아름다운 결말. 이 작품이 품은 감동이 독자들에게 온전히 건네질 수 있기를 기원한다._심사평(김진경, 유영진, 윤성희, 이금이)
제8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
소중한 사람과의 인연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힘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이 8회 수상작을 내놓았다. 1회 수상작인 『불량 가족 레시피』부터 지난해 『나의 슈퍼히어로 뽑기맨』까지, 십 대 독자들에게 폭넓은 읽을거리를 제공해 온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의 이번 수상작은 이꽃님 작가의 장편소설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이다. 서로 다른 시간을 살아가는 두 은유가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2016년의 은유가 1년을 살아가는 동안 1982년의 은유는 20년의 세월을 살아간다. 그 속도의 차이는 두 사람의 관계를 다양하게 변화시키며 완벽하게 낯설었던 서로의 세계로 들어서게 한다.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이야기는 소설로도 영화로도,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되어 왔지만, 이 작품의 고유한 힘, 소중한 사람을 영원히 잃어버린 사람들을 위로해 주는, 소중한 사람과의 인연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이 힘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라는 평을 받았다.
34년의 시간을 거슬러 잘못 배달된 편지
믿을 수 없는 기적의 시작
2016년, 아빠의 재혼을 앞두고 은유는 마음이 어수선하다. 한 번도 가진 적 없었던 엄마라는 존재가 생길 예정이지만, 자신을 낳아 준 엄마에 대해선 아무것도 모른다. 세상에 존재했는지조차 의심스러울 만큼 비밀에 싸인 엄마. 게다가 아빠는 부재하는 것이나 다름없고 새엄마가 될 ‘그 여자’의 존재는 껄끄럽다. 그런 은유에게 아빠는 1년 뒤의 자신에게 편지를 써 보라고 제안한다. 은유의 그 편지는 엉뚱하게도 34년의 시간을 거슬러 1982년에 사는 또 다른 은유에게 도착한다. 신조어들이 잔뜩 쓰인 은유의 편지를 받고 간첩이라고 의심하는 과거의 은유와 누군가 장난으로 답장을 보내고 있다고 오해한 현재의 은유. 삐걱이며 시작된 둘의 관계는 ‘행운의 동전’을 시작으로 점차 오해가 풀리며 고민과 비밀을 터놓는 사이로 발전한다.
그렇게 짜증 나게 완벽한 언니를 둔다는 건 상상도 안 가. 공부 잘하는 언니만 예뻐하는 엄마라니, 언니야말로 가출을 생각해 봐야 하는 거 아냐? ㅋㅋ_2016년 은유의 편지 중에서
정말 너희 아빠가 엄마에 대해 아무것도 알려 주지 않는 거야? 이해가 안 된다. 딸이 엄마에 대해 알아야 하는 건 당연한 거야._1990년 은유의 편지 중에서
우리가 편지를 주고받게 된 건 결코 우연이 아니야.
난 엄마의 비밀을 풀고, 넌 인생을 바꾸고.
둘은 각자가 서 있는 시간을 이용해 서로의 고민을 해결해 주기로 한다. 현재의 은유는 언니와 끊임없이 비교당하는 과거의 은유에게 도움이 될 만한 미래의 일을 알려 주고, 과거의 은유는 현재의 은유가 평생을 궁금해 온 ‘엄마’의 존재를 찾아보기로 한다.
나는 과거 속 너희 부모님을 찾아서 너희 엄마의 비밀을 밝히고, 넌 내 미래에 도움을 주고. 예를 들면 금맥이 터지는 데가 어디인지 알려 준다든지, 드래곤볼이 어디에 떨어져 있는지 알려 준다든지, 살아 있는 용을 만나게 해 준다든지…….
뭐, 그게 어렵다면 그냥 편하게 학력고사 시험문제를 알려 주는 방법도 있어.
(…)
내가 너희 엄마 찾아 줄게.
찾아서 너희 엄마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너한테 비밀로 하는 게 뭔지 알아낼 거야.
_1990년 은유의 편지 중에서
현재의 은유가 제공하는 정보를 바탕으로, 과거에 사는 은유는 또 다른 은유의 엄마 아빠를 찾는 도전을 시작한다. 잘못 꿴 첫 단추 때문에 실패를 거듭하던 중 과거의 은유는 뜻밖의 장소에서 뜻밖의 만남을 갖게 된다. 두 은유의 삶에 커다란 파동을 일으키는, 편지 외에 두 은유를 연결하는 또 다른 끈을 만나게 된 것이다. 여기서부터 이야기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한다.
이제야 알겠어.
그 먼 시간을 건너 네 편지가 나한테 도착한 이유를.
‘초딩’으로 시작됐던 호칭이 너, 언니, 이모 등으로 바뀌어 가는 동안,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두 은유는 매일 얼굴을 맞대고 사는 이들보다 더 가까이 서로의 존재를 느끼며, 그 모든 호칭을 초월한 우정을 나눈다. 정작 현실에서는 듣기 어려운 “넌 어때? 잘 지내고 있는 거야?”라는 안부인사를 전하며, 짝사랑 실패담이나 미래의 꿈을 이야기하며, 창피하고 즐겁고 속상했던 일들을 털어놓으며, 둘의 편지는 2002년 은유가 태어난 해까지 계속된다. 그리고 마지막에 이르러 둘의 세계가 하나로 이어지는 순간 두 은유는 그들에게 어떤 기적이 찾아왔는지 알게 되고, 독자들은 두 은유의 편지가 먼 시간을 건너 서로에게 도착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언니. 요즘은 어쩐지 자꾸만 이상한 생각이 들어. 언니 편지가 조금씩 더 늦게 도착할 때마다, 언니가 보낸 편지가 조금씩 흐릿해질 때마다 자꾸만 불안해져.
이번에 온 편지는 지우개로 박박 지워 놓은 것처럼 흐릿했어. 편지를 읽으려면 한참을 들여다봐야 할 정도로.
언니가 사는 세계와 내가 사는 세계는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는데 어째서 편지는 점점 더 희미해지는 걸까.
언니 아직 거기 있는 거지?
_ 2017년 은유의 편지 중에서
두 사람이 살아가는 시간의 속도가 다르지 않다면 이 소설은 평범한 글이 되었을 것이다. 독자는 어느 청소년의 일 년의 삶을 보게 되고 그 아이의 고민을 같이 듣게 된다. 또 한편으로 독자는 어느 한 아이의 초등학생 시절부터 삼십 대 초반까지의 인생을 엿보게 된다. 그 아이의 비밀까지도. 시간의 흐름이 다르지 않았다면 이 두 사람의 서사가 하나로 합쳐질 수 없었을 것이다. 두 사람의 편지가 하나로 합쳐졌을 때 우리는 이야기의 아름다움에 고개를 끄떡이게 된다._윤성희(소설가)
? 심사평
문학은 무엇을 이야기하는가보다 그것을 어떻게 드러내는가가 중요하다. 그 표현 방식을 통해 흔한 주제가 새롭고 감동적인 게 되어 새로운 생명을 얻을 수도 있다. 사실 가장 흔한 주제에 새로운 생명을 부여하는 것이야말로 문학적으로 어려운 일일 것이다.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는 이 어려운 일에 성공한 작품이다._김진경(시인)
은유가 과거 은유를 통해 엄마를 찾는 과정은 치유의 과정이기도 하다.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은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떠난 사람을 잊는 일이 아니라 맘껏 그리워하고, 아파하고, 슬퍼하며 애도할 시간이다. 소설을 다 읽고 났을 때 위로받는 느낌이었다. 재미와 감동을 지닌 이 작품이 아프고 고단한 요즘 청소년들의 마음도 따뜻하게 어루만져 주었으면 좋겠다._이금이(소설가)
본심 바로 전날 이 원고를 다시 읽었다. 두 번째 읽었을 때도 나는 또 울었다. 두 번째로 눈물을 흘렸을 때 나는 이 작품이 ‘진짜’라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이야기는 소설로도 영화로도,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되어 왔지만, 이 작품의 고유한 힘, 소중한 사람을 영원히 잃어버린 사람들을 위로해 주는, 소중한 사람과의 인연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이 힘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_유영진(아동청소년문학평론가)
이 소설은 매력 있다. 계속 읽게 만드는 것. 감동을 주는 것. 그리고 책을 덮었을 때 잔상이 남는 것. 이 소설에는 이런 지점들이 있었다._윤성희(소설가)